조건문에서 전건이 거짓인 경우 그 조건문은 참이 된다.
다시 말해 $p\to q$에서 $p$가 거짓인 경우, $q$가 참이든 거짓이든 $p\to q$은 참이 된다는 것이다.
가령 "내일 날이 맑으면 소풍을 가자"라고 말했다고 해보자.
다음 날이 되어서 날이 맑았을 때 소풍을 갔다면 진실을 이야기 한 것이고 가지 않았다면 거짓말을 한 것이다.
그런데 다음 날이 되어서 비가 온다면?
소풍을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겠지만 어떤 행동을 취하던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.
"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을 드립니다."
우승을 못했어도 상금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?
물론 못 받는 것이 더 당연해보인다.
하지만 $p\to q$은 $p$로부터 $q$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지 않나?
$p$가 거짓이면 이 명제를 통해 알 수 있는 새로운 정보가 없을 것이다.
그래서 이를 공허한 참(Vacuous Truth)이라고 부른다.
(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라 한자어로 된 짧은 번역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없는 것 같다.)
앞서 본 예시들처럼 $p$가 거짓일 때 $p\to q$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보이나 그걸 참이라고 해야하냐는 애매해 보인다.
참이냐 거짓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한다면 참이겠지만 말이다.
이 때문에 일부 수학자들은 공허한 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.
여담으로 $p\to q$에서 어떤 것이 어떤 것을 위한 충분조건이고 필요조건인지 많이 헷갈린다. (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.)
사실 용어가 이름 붙은 이유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.
$p$가 $q$이기 위한 충분조건이란 것은 $q$가 진실임을 알기 위해서는 $p$가 진실임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.
또 $q$가 $p$이기 위한 필요조건이란 것은 $p$가 진실이려면 $q$가 진실이여야한다는 것이다.
앞에서 나온 문장인 "날이 맑으면 소풍을 가자."를 예로 생각해보자.
날이 맑은 걸 알았다면 소풍을 갔다는 것도 알 수 있다.
물론 비가 왔어도 소풍을 갔을 수는 있겠지만 날이 맑은 것을 안 것으로 충분하다.
따라서 "날이 맑은 것"은 "소풍을 간 것"을 위한 충분조건이다.
반대로 날이 맑았는지가 궁금하다면 소풍을 갔다는 것은 꼭 필요한 정보이다.
소풍을 안 갔다면 날이 맑지 않았을테니까.
"소풍을 간 것"은 "날이 맑은 것"의 필요조건이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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